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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삶] ‘자기 정량화’에 갇힌 당신, ‘자기 착취’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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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행복한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회   작성일Date 24-05-1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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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 A씨의 하루는 자기계발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눈을 뜨자마자 오른쪽 손목에 있는 스마트워치가 분석한 수면점수를 본다. 깊은 수면 시간은 5시간, 수면점수는 40점. 오늘도 숙면은 실패다. A씨는 이를 닦으며 단어외우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10분간 영어단어를 외운다. 출근길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갓생 브이로그’를 시청한다. 점심에는 디톡스를 위해 샐러드를 먹고 카드를 긁는데, 결제가 끝나자마자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이 그의 소비행태를 알림으로 띄워준다. ‘지난달보다 8만원 더 쓰고 있어요!’ 다음주부터는 커피값을 좀 아껴야겠다고 생각한다. 퇴근 후, A씨는 스마트워치에 저장해놓은 일일 걷기 목표 1만보를 채우기 위해 걸어서 퇴근한다. 집에 도착해서 스마트폰을 보니 오디오북 앱이 ‘36분째 읽는 중’이라고 알려준다. 씻고 잠에 들며 A씨는 ‘내일은 운동시간을 좀 더 늘리고, 영어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썩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는 하루였다.
    자기계발은 책무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자기계발의 의무를 안고 있다.
    벨기에 출신의 기술철학자 마크 코켈버그는 자기계발이 선택의 영역을 넘어 의무가 됐다고 말한다. 연중무휴로 돌아가는 경제에서 빠져나올 수 없듯이 자기계발 문화를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자기계발을 하고, 심지어 번아웃을 해결하려고 하는 자기계발 활동에서도 번아웃을 경험한다고 지적한다. 코켈버그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에서 기술과 윤리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탐구하는 글을 써왔다.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에서 그는 기술 발달로 무한히 확장하는 자기계발의 현주소를 점검한다. 고대 철학자들부터 현대의 기술 인류까지 이어내려온 자기계발 사상의 변천사를 훑고, 현대인들이 겪는 강박적인 자기계발 문화를 탈피하는 새로운 시각을 모색한다.
    저자는 자기계발을 통한 자아 완성이라는 개념의 뿌리가 고대 철학과 기독교 전통으로부터 유래했다고 설명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아 완성을 ‘인간으로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으로 봤다. 그리스 로마 철학의 한 학파인 스토아 학파는 자기계발과 관련된 사상의 역사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욕망해서는 안 되며, 정신 수양을 통해 욕망을 더욱 잘 통제하고 더 나은 자아를 스스로 빚어낼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칼뱅주의의 교리로부터 나온 ‘자아의 기업가 정신’이 자기계발의 토대가 됐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을 재창조해야 하며 자아는 혁신의 대상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인들로부터 시작된 자아상이 이후 기독교인들, 현대에 이르러서는 자기계발과 자기 관리에 열광하는 이들에게 성실하게 계승되었다고 설명한다.
    현대식 자기계발 문화의 발상지는 미국이다. 저자는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래시의 주장을 소개하며 1960~1970년대 미국에서 자기에 집착하는 형태의 자기계발 문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래시는 1970년대에 만연했던 ‘나르시시즘 문화’를 비판하며 ‘뉴욕 리브 오브 북스’에 당대 미국인들이 정치에 등을 돌리고 종교 내지 자기 성장 열풍에 빠져 있다는 분석글을 썼다. 유의미한 측면에서 삶이 개선될 희망이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영적인 자기계발이 중요하다고 믿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자기계발 행위들이) 본질적으로는 무해하지만, 최근의 정치적 혼란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이 래시의 주장이다. 저자는 히피 문화로 대표되는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약물은 물론 수많은 책, 워크숍, 은거 수련, 뉴에이지 장비들을 자기계발에 이용했다고 꼬집는다.
    프랑스의 철학가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현대의 자기계발 사상에 큰 영향을 줬다. 실존주의의 핵심이며 현대 자기계발 문화에서 중요한 용어는 ‘고유성’이다. 고유성을 부여받은 인간은 자신의 선택을 통해 자아를 구축한다. 저자는 사르트르가 고유하고 개성 있는 자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각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며 올리비아 골드힐의 말처럼 ‘사르트르는 인스타 팔로우 구매 최초의 자기계발 전문가였다’고 말한다.
    이처럼 능력을 계발하고 더 나은 ‘나’가 되고자 하는 바람은 인류 문명만큼이나 오래됐다. 현대에 와서는 자본주의와 기술이 결합하면서 자기계발이 새로운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책은 데이터 경제에 기반한 문제를 말한다. 우리는 자기계발에 유용한 소셜 미디어와 앱을 사용하면서 콘텐츠와 데이터를 생성해낸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이 데이터들을 기업가와 광고주들에게 제공한다. 저자는 우리는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IT 기업들과 그들의 고객을 위해 수익을 창출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리가 입력하는 데이터는 모여서 다시 우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오늘날 우리의 자아는 감시 아래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정량화’(quantified self)된다. 자기 정량화라는 용어는 건강이나 운동 관련 기록 같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법과 기술을 가리킨다.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사들이며 입력한 데이터들은 숫자화되고 알고리즘화된다. 저자는 인스타 팔로우 구매 이미 알고리즘에 의해 답이 나와 있다며, 자아를 분석하는 신기술은 언제든 우리가 누구고 무엇을 원하며 자기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알려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기술과 결합한 자기계발은 불평등을 강화한다. 자기계발에는 상당한 돈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계급적인 속성이 내재돼 있다. 현대에는 각기 다른 계급이 각기 다른 기술을 사용한다. 하층 계급에게는 일터의 감시 카메라가, 빅토리아 시대의 상류층과 같은 현대의 힙스터들에게는 자기계발 앱이 주어진다.
    저자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자기계발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계급 기술이기도 하다고 짚는다. 특권층은 능력을 향상하는 데 기술을 이용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실제 자기계발이나 계급 상승은 이루지 못한 채 오락 목적으로 또는 자기 자신을 길들이는 데 기술을 이용할 뿐이다. 게다가 인간의 능력을 향상하는 기술은 그것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상위 1%에 있는 최상위 특권층은 어떤 기술에도 예속되지 않고 스마트폰을 끄고, 개인 트레이너와 운동을 하며 독점적인 자유를 누린다.
    ‘밈’이 된 ‘친한 사이’…연대로 확장되다
    ‘친한 사이’를 확장하면 ‘연대’가 된다
    할머니의 ‘우주 과학 옛날이야기’
    우리를 옭아매는 자기계발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디지털 디톡스나 신 러다이트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인가. 저자는 자기계발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여타 책들과는 사뭇 다른 결론을 내놓는다. 자신은 자기계발에 반대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제는 오늘날 나타나는 특정한 형태의 자기계발이며, 우리는 지나치게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형태의 자기계발에서 벗어나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든 싫든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지금의 우리 모습(자아)은 상당 부분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다. 저자는 자신과 관계를 맺는 사회와 인스타 팔로우 구매 환경을 포함해 자기계발이라는 개념을 바라볼 것을 권한다. 진정 우리를 더욱 강인하고 자신감 넘치며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네오 히피가 추구한 내면으로의 침잠이나 지나친 자기도취적 힙스터식 자기계발이 아니라 사회 변혁이라며 자기계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면 우리를 그런 존재로 만드는 사회, 그런 방식으로 빚어내는 사회도 거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알고 계발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내부가 아닌 외부로 돌리라는 조언이 다소 교훈적으로 들리지만, 저자의 말처럼 이것이 이루어지는 날에야 비로소 더 나은 ‘자아’도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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