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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연례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구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핵 위협’을 재차 꺼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과 관련해서는 러시아 서부에 배치된 군세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타스와 리아노보스티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연방의회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서구의 우크라이나전 개입 가능성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개입 시도는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대규모 갈등의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략적 핵전력이 완전한 준비 상태에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는 현재 주권과 안보를 위해 정의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누구도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정에 개입하는 이들의 결과는 과거보다 훨씬 비극적일 것이라며 그들이 전 세계를 겁주는 이 모든 것은 실제 핵무기 사용과 그에 따른 문명 파괴를 의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6일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나토 등이 러시아와의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며 전투군 파병은 없다고 일축했으나 유럽 내에선 지상군 파병론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최근 유럽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서방 일각의 분석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다만 서방은 우리가 자신들의 영토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위협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응해 러시아 서부에 배치된 군세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는 최근 미국의 주장은 근거 없는 거짓이라며 서방이 러시아를 군비 경쟁에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전략적 안정에 대한 합의에 관심이 있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선동’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서방이 러시아의 패배를 원하는 상황에서는 전략적 안정에 대한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최근까지 선을 그은 바 있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시각을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 국민의 결단력을 오판했다며 국민의 단결이 모든 것을 정복하는 힘이 됐음을 입증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장의) 모든 방향에서 (러시아) 군대는 자신 있게 전진하고 영토를 해방시키고 있다며 러시아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나치즘을 근절하고 우리 국민의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가 여러 가지 무기 시스템을 계속 연구하고 있으며, 곧 알려질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그는 특히 사르마트 미사일이 군에 전달됐으며 곧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지역에서 시연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사르마트 RS-28은 사거리가 1만8000㎞로, 북극과 남극까지 비행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밖에 자국이 개발한 핵추진 순항미사일인 ‘부레베스트니크’와 핵어뢰인 ‘포세이돈’ 시스템의 시험이 완료단계에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연설은 수백명의 관료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TV로도 생중계됐다. 특히 그의 임기 연장이 달린 대선이 다음달 15~17일 예정돼 있기에, 이날 연설에 대한 러시아 안팎의 관심은 컸다. 푸틴 대통령은 2년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시작한 이후 주요 국면마다 서방에 대한 핵 위협 발언을 꺼낸 바 있다.